‘윌로뜨’ 이승준 셰프는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프렌치 기법을 결합한 ‘자연주의 프렌치’ 코스를 통해, 한불 문화 외교의 정수를 디너 만찬으로 선보였다.
지난 4월 2일부터 3일까지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부부가 한국을 찾았다. 이는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국내외뿐 아니라 전 세계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무드가 느껴지는 디너 만찬 현장 세팅
K-컬처와 K-미식의 영향력을 드러낸 국빈 만찬
무엇보다 이번 일정 중엔 K-POP을 비롯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K-미식의 글로벌 영향력을 알릴 기회도 마련됐다. 이를 위해 4월 2일엔 청와대에서 상춘재 친교 만찬을, 4월 3일엔 프랑스대사관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윌로뜨(Dining Room by Hulotte)’에서 진행될 디너 만찬을 준비했다.
이승준 셰프와 윌로뜨팀 전원은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이번 디너 만찬 기획을 위해 수많은 미팅과 협의를 거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오랜 시간 문화 예술을 융합하는 스토리텔링적 관점으로 프렌치 퀴진을 리드해 온 ‘윌로뜨’ 이승준 셰프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포함 주요 핵심 인사와 K-컬처 관계자, 문화 사절단에 식사를 대접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자신의 미식 세계를 온전히 펼쳤다. 특히 이 자리는 K-컬처와 K-미식이 맞닿은 상징적 순간이자, 감각과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 더욱더 의미를 더했다.
만찬 테이블을 완성하기까지 진행된 철저한 준비 과정에서 경외심마저 전해진다.
한 편의 서사로 완성된 한국과 프랑스 미식의 교차점
이날 만찬은 프랑스대사관에서 오래 전부터 극비리에 추진해 온 것으로, ‘윌로뜨’는 한국과 프랑스의 식재료, 자연, 레시피, 예술, 문화 등을 유연하게 이어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풀어냈다. 이번 협업에 함께하면서 이승준 셰프는 코스에 속한 각 디시를 하나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시퀀스처럼 설계해, 참석한 귀빈들의 커다란 감동과 환호를 자아냈다.
한국의 자연과 프랑스의 미식 구조가 하나를 이룬 감각적인 스타터, ‘아뮤즈부쉬’
가장 첫 번째 디시였던 ‘아뮤즈부쉬’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스인의 미식 식사(Le repas gastronomique des Français)’의 개념을 바탕으로, 식사의 시작을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형상화했다. 먼저 강원도 횡성 한우로 만든 비프 타르타르에 감태를 더해 무게중심을 잡고, 충남 부여의 멀티 컬러 방울 토마토로 따땅을 만들어, 한 입 안에서 한국의 땅과 바다, 그리고 프랑스의 미식 구조가 교차되도록 구현해냈다.
끌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연작 ‘수련’을 떠올리게 하는 앙트레, ‘숭어 세비체’
다음으로 ‘앙트레’는 발효된 동치미에서 착안한 ‘숭어 세비체’를 내놓았다. 물 위로 빛과 색이 은은하게 번지듯 맑고 투명한 산미를 시각적·미각적으로 표현해냈으며, 케일잎을 활용해 연잎과 연꽃의 형상을 은유적으로 재현하면서 잔잔한 수면 위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냈다. 이는 프랑스의 자연은 빛과 색으로, 한국의 자연은 시간과 발효로 이끌어낸 절묘한 조합이었다.
궁중 요리 ‘섭산적’으로 한국의 전통성과 미감을 살린 메인 디시
메인 디시는 전통 궁중 요리인 ‘섭산적’을 기반으로 간장과 된장을 조합한 소스로 깊이를 더하는 데 힘을 실었다. 여기에 더덕 퓌레를 곁들여 흙의 향을 머금은 반달로 표현, 고요한 밤 하늘의 무드를 극대화했다. 또한 두릅을 통해 뿌리를 내린 나무의 형상을 세워 계절의 첫 숨결과 생명의 기운을 드러내게 하면서, 정적과 여백으로 완성되는 한국적 자연관을 한 접시 위에 그려냈다.
여름 디저트로 상쾌한 청량미가 일품인 프렌치 정통 ‘바슈랭 글라쎄’를 재해석한 디시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식혜와 제주 레몬을 활용한 소르베를 메인 재료로, 프랑스 전통 디저트 ‘바슈랭 글라쎄(Vacherin Glacé, 바삭한 머랭 베이스에 아이스크림, 소르베, 샹티 크림을 층층이 쌓아 만든 고급 프렌치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구조를 차용해 상쾌한 여운이 남는 식사의 엔딩을 책임졌다.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며 동서양의 하모니를 드러낸 ‘쁘띠 푸르(petit-four)’
이외에도 쁘띠푸르(petit-four)로는 한국 전통 디저트를 재해석한 ‘제주 금귤 정과’와 ‘솜사탕이 곁들여진 지리산 매실청 무스 케이크’, 프랑스 대통령 공식 관저 ‘엘리제궁(Élysée Palace)’에서 직접 가져온 ‘초콜릿’이 차례로 제공됐다.
엄중한 분위기에서 치밀한 노력과 함께 온갖 정성을 들여 준비한 프랑스 대통령 디너 만찬
이번 디너 만찬은 ‘윌로뜨’ 이승준 셰프의 총괄 아래 ‘자연주의 프렌치(Natural French Gastronomy)’를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프랑스 요리 기법으로 풀어내며, 균형 잡힌 조화의 미학을 선보인 자리로 기억됐다. 특히 재료와 구조,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직관적인 미식의 언어로 구현함으로써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비롯 모든 귀빈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극찬을 받았다.